알렉산더대왕과 디오게네스의 설전 일화
알렉산더대왕(알렉산드로스)은 세상을 지배한 절대 권력자이며, 디오게네스는 최고의 자연주의 철학자였다.
철저한 자연주의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직접 몸으로 자연주의를 실천하고 있었다.
그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으며, 심지어 거처할 집도 없었다.
아니, 거처할 집이 필요 없었다. 그는 나무통에서 살고 있었으며 가진 것이라고는 그가 거처하는 나무 통과 입고 있는 남루한 옷 한 벌이 전부였다.
철저한 자연주의자인 디오게네스는 주장하기를 '행복이란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를 가장 쉬운 방법으로 취하는 것이라고 했으며, 자연스러운 것은 부끄러운 것도, 보기 흉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감출 필요가 없다'라고 했다. 그는 심지어 '관습은 자연주의를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따라서도 안된다'라고 했다. 관습마저 버리라고 했으니 디오게네스야말로 진정한 자연주의자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루는 알렉산더대왕이 디오게네스를 찾아갔다.
세상을 가진 자와 세상에서 가장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자의 만남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알렉산더가 디오게네스를 부르지 않고 직접 찾아간 것을 생각하면, 디오게네스가 당시 얼마나 존경받는 인물인지 짐작게 하며, 한편으로는 알렉산더의 인품도 어림할 수 있게 한다.
알렉산더가 찾아갔을 때 디오게네스는 마침 나무통에서 햇볕을 즐기고 있었다.
알렉산더가 물었다.
"원하는 것이 무엇이오?"
"아무것도 없습니다.
알렉산더가 다시 물었다.
"그래도 뭔가 필요한 것이 있을 것이 아니오?"
"저는 필요한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만 조금만 비켜서 주시기 바랍니다. 대왕께서 햇볕을 가리고 있습니다."
알렉산더의 모든 것을 무력화시키는 의외의 대답이었다.
알렉산더는 다시 물었다.
"당신은 내가 두렵지도 않소?"
"선한 사람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알렉산더는 그곳에 더 있을 수가 없었다. 그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그곳을 떠났다. 그러면서 부하에게 말했다.
"내가 알렉산더가 아니었다며 디오게네스가 되었을 것이다."
알렉산더가 이렇게 말한 까닭은 잠깐이지만 디오게네스에게서 깊은 감명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겸연쩍어 그냥 한 말일 수도 있겠는데, 그렇다면 알렉산더의 대 굴욕이 아닐 수 없겠다.